“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수백만의 사람들이여, 서로 끌어안아라! 전 세계의 입맞춤을 받으라!”1824년 5월 7일 오스트리아 빈의 케른트너토어 극장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초연됐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를 마치고 악기를 내리자 객석에선 참을 수 없다는 듯 엄청난 환호와 박수 세례가 쏟아져 나왔다. 소리를 들을 수 없어 뒤늦게 몸을 돌린 베토벤을 위해 청중은 모자와 손수건을 연신 흔들며 경의를 표했다.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선율뿐 아니라 국적과 인종, 나이, 성별 등 경계를 뛰어넘어 모두 하나 되자는 평화의 메시지가 담긴 인류 최고의 명작 ‘합창 교향곡’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딱 200년 전 일이다.오늘날 베토벤 합창 교향곡은 세계 클래식 음악계 ‘연말 단골 레퍼토리’로 통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성탄절 ‘전설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동베를린에서 지휘한 작품이 바로 이 교향곡이다. 당시 번스타인이 합창 교향곡 4악장 ‘환희의 송가’를 ‘자유의 송가’로 바꿔 부르게 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올해도 국내 주요 오케스트라가 합창 교향곡을 전국 곳곳에서 들려준다. 먼저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다음달 19~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합창 교향곡을 연주한다. 네덜란드 출신 명장 얍 판 츠베덴이 지휘봉을 잡고 소프라노 황수미,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김성호, 베이스 박종민 등 정상급 성악가가 무대에 오른다.합창 교향곡에 앞서 바이올린, 첼로, 바순, 오보에 솔로가 등장하는 하이든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배치해 같은 고전주의 시대 작품이지만 완전히 다른 음악
2024.11.21이병욱이 지휘하는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은 지난 19일 찰스 아이브스의 ‘대답 없는 질문’으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오른쪽 상단 오르간 옆에 있는 트럼펫과 무대 위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4대, 현악기들이 어우러진 이 곡은 이날 모든 프로그램에 드리운 ‘소통의 단절과 불안’이라는 키워드를 짧지만 뚜렷하게 관객에게 제시했다.최하영이 첼로를 들고 등장했다. 모호한 분위기가 감돌던 무대가 화사해졌다. 그의 장기인 루토스와프스키 첼로협주곡은 2022년 퀸엘리자베스콩쿠르 결선에서 기립박수와 우승을 가져다준 곡이다. 최하영은 이 곡을 연주한 경험을 회상하며 “원맨쇼 하는 배우가 돼야 했다. 마디마디 캐릭터가 계속 바뀌기에 표현의 디테일도 중요하지만 큰 그림을 연주해야 한다. 곡 속의 억압, 분쟁, 투쟁, 대화 등을 상상하고 첼로로 전달하려 했다”고 밝힌 바 있다.그의 말처럼 곡은 모노드라마 같은 첼로의 독백으로 시작했다. 단속적인 운궁 뒤에 피에로 같은 다양한 표정으로 부드러움과 강렬함을 대비시켰다. 첼로는 삐친 듯 뾰로통함과 열정, 히스테리와 탄식, 투쟁과 체념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규칙적으로 신경질적인 운궁에 이어 드디어 오케스트라 금관군이 합세했다. 첼로에 드리운 그림자만큼 트럼펫이 채우는 듯했다. 첼로와 오케스트라의 문답이 계속되며 아이브스 작품과의 연속성이 느껴졌다.무녀를 연상시키는 신들린 연주였다. 트롬본이 울부짖고 무궁동적인 첼로의 속주에 이어 잠자리의 날갯짓 같은 규칙적이고 열띤 연주가 이어졌다. 스산한 바람이 부는 듯한 현악군 연주 사이에 홀로 선 첼로가 몸부림쳤다. 점점 빨라지는
2024.11.20이병욱이 지휘하는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은 19일 찰스 아이브스의 ‘대답없는 질문’으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롯데콘서트홀 우측 상단의 오르간 옆에 위치한 트럼펫과 무대 위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4대, 현악기들이 어우러진 이 곡은 이날 모든 프로그램에 드리운 ‘소통의 단절과 불안’이라는 키워드를 짧지만 뚜렷하게 관객들에게 제시했다. 트럼펫의 고독한 질문과 플루트의 신경질적인 답변, 불협화음의 교환과 현악기들의 마무리는 평온해 보이는 일상도 어느 정도 뒤틀려 있다는 이미지를 던졌다.최하영이 첼로를 들고 등장했다. 모호했던 분위기가 떠돌던 무대가 화사해졌다. 그녀의 장기인 루토스와프스키 첼로 협주곡은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에서 기립박수와 우승을 가져다준 곡이다. 최하영은 이 곡을 연주했던 경험을 회상하며 “원맨쇼 하는 배우가 돼야 했다. 마디마디 캐릭터가 계속 바뀌기에 표현의 디테일도 중요하지만 큰 그림을 연주해야 한다. 곡 속의 억압, 분쟁, 투쟁, 대화 등을 상상하고 첼로로 전달하려 했다”고 밝힌 바 있다.그녀의 말처럼 곡은 모노드라마 같은 첼로의 독백으로 시작했다. 단속적인 운궁 뒤에 피에로 같은 다양한 표정으로 부드러움과 강렬함을 대비시켰다. 첼로는 삐친 듯 뾰로통함과 열정, 히스테리와 탄식, 투쟁과 체념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규칙적으로 신경질적인 운궁에 이어 드디어 오케스트라 금관군이 합세했다. 첼로에 드리운 그림자만큼 트럼펫이 채우는 듯했다. 첼로와 오케스트라의 문답이 계속되며 아이브스 작품과의 연속성이 느껴졌다. 현악군의 피치카토와 울부짖는 타악기, 공격적인 금관군의 포효에 이어 공허
2024.11.20한국의 대표적 민간 오케스트라인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이 객원 단원으로 구성된 ‘풀(pool)단’을 운영한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도 무대에 설 기회를 얻지 못한 음악가들에게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연주할 기회를 더욱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한 취지다. 객원 단원 풀단에 포함되면 한경아르떼필의 다양한 공연에서 발생하는 연주자 자리를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수 있다. 객원 단원 풀단 제도는 국내 교향악단 중 처음으로 시도하는 방식이다.한경아르떼필하모닉은 심포닉 오케스트라에 필요한 모든 악기를 대상으로 언제든 객원 연주자로 초빙할 수 있는 풀단을 구성한다고 17일 밝혔다. 조동균 한경아르떼필 사무국장은 “협주곡이나 교향곡은 곡에 따라 악기 편성이 달라져 객원 단원을 섭외하는 경우가 많은데, 매번 오디션을 진행하기 어려워 불가피하게 단원들의 개인적 인맥에 의존해 왔다”며 “객원 단원 풀단이 마련되면 주변에 악단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어도 실력만으로 연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아르떼필은 서울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의 단독 공연 등을 포함해 연간 약 60회에 달하는 공연을 하고 있다.풀단 가입 자격은 4년제 음악대학 졸업자 또는 2025년 2월 졸업 예정자다. 신청은 12월 15일까지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지원 방법은 간단하다. 지원서를 한 장 작성하고, 1분 분량의 자기소개 동영상과 지정된 악보 연주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녹화해 제출하면 된다. 스마트폰으로 녹화한 연주 영상만으로 오케스트라 연주 자격을 부여하는 것 또한 국내 최초다.연주는 한경아르떼필이 제공하는 유튜브 지휘 영상을 보며 해야 한다. 솔로이스트 선발
2024.11.17한국의 대표적 민간 오케스트라인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이 객원 단원으로 구성된 ‘풀(pool)단’을 운영한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도 무대에 설 기회를 얻지 못한 음악가들에게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연주할 기회를 더욱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한 취지다. 객원 단원 풀단에 포함되면 한경아르떼필의 다양한 공연에서 발생하는 연주자 자리를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수 있다. 객원 단원 풀단 제도는 국내 교향악단 중 처음으로 시도하는 방식이다.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은 심포닉 오케스트라에 필요한 모든 악기를 대상으로 언제든 객원 연주자로 초빙할 수 있는 풀단을 구성한다고 17일 밝혔다. 조동균 한경아르떼필 사무국장은 “협주곡이나 교향곡은 곡에 따라 악기 편성이 달라져 객원 단원을 섭외하는 경우가 많은데, 매번 오디션을 진행하기 어려워 불가피하게 단원들의 개인적 인맥에 의존해 왔다”며 “객원 단원 풀단이 마련되면 주변에 악단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어도 실력만으로 연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아르떼필은 서울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의 단독 공연 등을 포함해 연간 약 60회에 달하는&nb
2024.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