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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리뷰] 손민수의 라흐마니노프는 도도했다

‘피아노 협주곡 2번’과 ‘교향적 무곡’은 라흐마니노프가 보여준 음악예술의 시작과 끝으로 통한다. 하나는 작곡가 활동을 접은 그에게 재기의 성공을 가져다줬다는 점에서, 다른 하나는 작곡 활동을 거의 중단한 만년에 남긴 대작이란 점에서 그렇다.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라흐마니노프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꼽히는 이 두 곡을 콕 집었다. 지휘봉은 작년 9월 베토벤 ‘운명’ 교향곡으로 손발을 맞춘 홍석원 광주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에게 맡겼다. 첫 곡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함께 어루만질 피아니스트로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로 큰 화제를 모은 손민수가 나섰다.‘피아노 협주곡 2번’은 수준 높은 피아노 테크닉과 감성적인 선율로 승부하는 곡이다. 1악장에서 침묵하는 관현악을 뒤로한 채 종소리 같은 피아노 연주로 시작한다는 사실부터 어떤 서사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한다. 손민수가 이 곡에 접근하는 시각이 그랬다. 손민수의 연주는 라흐마니노프를 한 방향으로만 들었던 그동안의 습관을 반성하게 했고, 외면받은 라흐마니노프의 또 다른 모습을 찾게 해줬다.1악장에서는 한 음, 한 음 선명하게 울리는 터치와 ‘레가토’(둘 이상의 음을 이어서 부드럽게 연주하는 것)가 적절히 구분돼 조화를 이뤘다. 팝송으로 만들어질 정도로 일반 대중에게도 친숙한 2악장은 담담하면서도 내재된 에너지를 잘 이끌어냈다. 3악장에선 관현악이 제 목소리를 냈지만, 피아노가 이를 도도하게 받아들이며 오히려 존재감을 키웠다.후반부에 연주한 ‘교향적 무곡’은 음향의 밀도와 무게감이 남다

2023.03.05
[클래식 리뷰] 손민수의 라흐마니노프는 도도했다

[인터뷰] 송지원 "나의 '첫사랑' 시벨리우스…서늘한 매력에 반했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31)이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 처음 만난 건 2016년 9월이었다. 당시 한경필하모닉 창단 1주년 기념 콘서트의 협연자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섰다. 그해 5월 제9회 레오폴드 모차르트 국제바이올린콩쿠르에서 1위와 청중상을 거머쥔 실력자답게 송지원은 풍부한 표정과 우아한 동작으로 멘델스존 협주곡의 포근한 선율을 들려줬다.그로부터 7년이 흐른 지금, 기대주에서 정상급 솔리스트로 성장한 송지원이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 다시 합을 맞춘다. 오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경아르떼 더 클래식’ 시리즈 첫 공연에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지난 13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를 찾은 송지원은 7년 전 연주회 얘기부터 꺼냈다. “할머니께서 그날 공연의 한국경제신문 리뷰 기사를 스크랩해 코팅해 주셔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놨었어요.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그 기사를 볼 때마다 마에스트로 금난새 선생님과 함께한 당시 연주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납니다. 7년 만에 다시 만나는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의 협연에서 그동안 발전한 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렙니다.”이번 공연에서 연주할 시벨리우스 협주곡은 그에게 첫사랑 같은 작품이다.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세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잡은 송지원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다니다가 10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뉴잉글랜드 예비학교와 커티스음악원 등에서 공부했다. “어릴 때부터 여러 협주곡을 배웠지만 특별한 감정을 느낀 것은 열세 살 때 미국에서 연주한 시벨리우스 작품이 처음이었어요. 연습할 때는 손

2023.01.16
[인터뷰] 송지원 "나의 '첫사랑' 시벨리우스…서늘한 매력에 반했죠"

김광현·송지원의 하모니로 '포문'…'바순의 여왕' 데르보 지휘자 데뷔

한국의 대표적 민간 오케스트라로 자리잡은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이 올해 ‘한경아르떼 더 클래식 2023’ 시리즈 공연을 선보인다. 국내 클래식 음악계를 이끄는 중견·신진 지휘자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연주자들을 만나볼 수 있는 무대다.시리즈 첫 공연은 이달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지휘자 김광현과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이 포문을 연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으로 시작해 송지원의 협연으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 중인 송지원은 2012년 칼 닐슨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해 주목받았고, 2017년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등에서 우승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지난해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차세대 스타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인연이 깊은 두 연주자도 함께한다. 오는 3월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두 번째 공연은 광주시향을 지휘하며 임윤찬과 도이치그라모폰에서 앨범을 낸 홍석원이 지휘봉을 잡는다. 협연자로 서는 임윤찬의 스승 피아니스트 손민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같은 달 22일에는 많은 팬을 거느린 첼리스트 이정란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올라 슈만의 첼로 협주곡을 공연한다. 지휘는 지난해까지 과천시향 상임지휘자를 지낸 서진이 맡는다. 4월 2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소프라노 서예리는 모차르트의 ‘환호하라 기뻐하라’를 부른다. 이 공연 2부에선 고음악 전문 권민석의 지휘로 하이든의 교향곡 104번 ‘런던’이 연주된다.이어 5월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는 1999~2001년 부천필하모닉을 이끌고

2023.01.09
김광현·송지원의 하모니로 '포문'…'바순의 여왕' 데르보 지휘자 데뷔

콩쿠르 휘어잡은 명성 그대로 '최하영 본색'

지난 12월 1일 대한민국 최초 종합문화예술 방송인 한경아르떼TV가 개국했다. 클래식 음악과 미술, 발레, 국악, 오페라 등 다양한 분야의 고품격 콘텐츠를 제공해 문화예술에 대한 접점을 넓히고, 문화강국으로의 도약에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한경아르떼TV 개국을 축하하는 음악회가 열렸다. 관록의 지휘자 장윤성과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올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으로 주목받은 첼리스트 최하영이 함께했다.쇼스타코비치의 화려하고 진취적인 ‘축전 서곡’이 음악회의 서막을 힘차게 열었다. 본래 기념행사를 위한 음악인 이 곡은 세계의 역사에 짙은 어둠을 드리웠던 스탈린이 절명하면서 ‘해빙’을 맞은 시기에 작곡됐다. 새 희망을 품고 밝은 미래를 다짐하는 메시지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작품이다.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은 힘찬 팡파르와 날렵한 악상 연주에 이런 의미를 담았다. 금관 앙상블은 굳은 의지를 주장하듯 힘 있고 강렬했으며, 현악의 리듬은 생명력으로 가득했다. 또한 다양한 악기의 음색이 고루 전달돼 거대한 편성의 무게감 있는 음량에 섬세함을 더했다.이어 최하영의 협연으로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 C장조가 연주됐다. 최하영은 빠른 음형과 비브라토(음을 떨리게 하는 기법)를 꾸밈음과 같이 처리하고, 긴 음정을 노래하듯이 연주했다. 하이든 시대에 있었을 법한 해석으로 깊은 인상을 줬다. 이는 그가 보잉(활질)으로 예술적인 소리를 구현하는 데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특히 1악장의 카덴차에서 높은 수준의 연주 기교를 들려줬고, 3악장에서는 화려하고 빠르게 진행

2022.12.22
콩쿠르 휘어잡은 명성 그대로 '최하영 본색'

"첫 소절만으로도 '아~ 최하영이네' 듣고 싶어요"

“제가 연주하는 첫 소절만 들어도 ‘아, 이건 최하영의 음악’이라고 떠올릴 만한 개성 있는 첼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저만의 색깔로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표현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죠.”지난 6월 세계적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최하영(24)의 당찬 포부다. 지난 13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를 찾은 그에게 어떤 연주자가 되고 싶은지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최하영은 13년 전 미국 보스턴에서 레슨을 받았던 첼리스트 버나드 그린하우스를 떠올리며 “첼로 기술자가 아니라 진정한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당시 선생님께서 ‘첼로는 목소리를 표현하는 도구일 뿐, 좋은 첼리스트가 되려면 인간의 모든 감정과 이야기를 진실성 있고 솔직하게 전하는 예술인이 돼야 한다’고 하셨어요. 저만의 소리로 청중의 감정을 움직이고 심금을 울리는 첼리스트가 되기 위해 무대에 오를 때마다 이 말을 항상 마음에 새깁니다.”최하영이 첼로를 처음 손에 쥔 것은 여섯 살 때다. 취미로 첼로를 켜던 어머니에게 “나도 배울 수 있어?”라고 물어본 게 첼리스트의 길을 걷게 된 출발점이다. 그의 특출난 재능이 드러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덟 살이던 2006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고, 2011년 브람스 국제 콩쿠르와 2018년 펜데레츠키 국제 콩쿠르 우승을 차지하며 음악계에 일찌감치 이름을 알렸다.그는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공부하다가 14세에 영국 퍼셀 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났고, 16세에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 입학해 프란슨 핼머슨을 사사했다. “유럽에서 첼

2022.12.14
"첫 소절만으로도 '아~ 최하영이네'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