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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일생을 바친 '파우스트'…무대 위 선율이 되어 휘몰아치다

단연 축제에 가장 어울리는 곡이었다. 그간 현대음악을 발굴하는 데 집중해온 지휘자 최수열이 지난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한경 아르떼필하모닉의 ‘클래식 레볼루션 2024’ 공연에서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을 선곡했다.리스트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의미와 이야기가 담긴 이 희곡을 곡에 전부 담아내기보다 각 악장에 등장인물인 파우스트, 그레트헨, 메피스토펠레스의 특성과 심리를 음표로 표현해냈다.최수열이 사전 인터뷰에서 언급한 대로 “1시간여 진행되는 연주 안에 오르간, 테너 솔리스트, 합창단”까지 등장했다. 그러니 이 곡은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아낸 ‘종합예술 세트’나 다름없었다.파우스트의 복잡한 심경은 연주 시작과 동시에 다양한 주제가 돼 몰아쳤다. 오케스트라는 각 악장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잘 묘사되게 힘을 합쳐야 하지만, 핵심적인 주제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때로는 과감한 솔리스트가 돼야 한다.악마와 영혼을 거래한 파우스트의 요동치는 심리를 표현한 1악장은 연주가 시작됨과 동시에 5개의 주제가 등장해 변형되고 발전하며 서로 뒤엉켰다. 연주가 시작되자 비올라와 첼로가 12개의 음표를 모두 사용해 조심스럽게 파우스트의 고뇌를 그려냈다. 곧이어 선율을 이어받은 관악 파트에서는 아직 예열이 덜 된 듯한 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오히려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객석을 파우스트의 세계로 이끌었다.플루트와 클라리넷의 아련한 음색으로 2악장이 열리며 파우스트가 한눈에 사랑에 빠진 그레트헨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예열을 끝낸 목관 파트의 집중력이 돋보인 연주였다. 이어진

2024.09.10
괴테의 일생을 바친 '파우스트'…무대 위 선율이 되어 휘몰아치다

최수열과 한경arte필하모닉이 선사한 ‘클래식 종합 선물세트’

단연 축제에 가장 어울리는 곡이었다. 그간 현대음악을 발굴하는데 집중해온 지휘자 최수열이 이번 ‘클래식 레볼루션2024’에서는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을 선곡했다. 괴테가 일생을 바쳐 죽기 직전에야 완성한 ‘파우스트’는 그의 문학 여정과 사상이 집결된 작품으로 손꼽힌다.리스트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의미와 이야기가 담긴 이 희곡을 곡에 전부 담아내기보다, 각 악장에 등장인물인 파우스트, 그레트헨, 메피스토펠레스의 특성과 내면의 심리를 음표로 표현해냈다. 그래서 혹자는 이 곡을 교향곡이 아닌 3개의 교향시를 묶어놓은 연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거래를 통해 시간과 공간, 꿈과 현실을 초월해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경험한다. 이 여정 속에 각 등장인물이 겪는 비극과 깨달음을 표현해야 하니, 풍부한 주제와 변주가 끊임없이 휘몰아친다.최수열이 사전 인터뷰에서 언급한 대로 “1시간여 진행되는 연주 안에 오르간, 테너 솔리스트, 합창단”까지 등장한다. 그러니 이 곡은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아낸 ‘종합 예술 세트’나 다름없다. 축제를 즐기러 온 관객에게는 이만한 선곡이 있을 수 없다.파우스트 심포니는 리스트의 걸작 관현악곡으로 칭송받기도 하지만, 실험적이고 난해한 구성 때문에 잘 연주되지 않는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의 가장 최근 연주는 2015년 임헌정이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공연이었다. 그만큼 청중에게도, 연주자에게도 낯설고 어려운 곡이지만, 잘 연주된 공연은 시절이 흘러도 손에 꼽히는 명반으로 기록되기도 한다.파우스트의 복잡한 심경은

2024.09.10
최수열과 한경arte필하모닉이 선사한 ‘클래식 종합 선물세트’

20세기 음악 역동성 보여준 최수열과 신창용

지난 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90분간 이어진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의 8월 정기 연주회 무대는 다양성 그 자체였다. 조지 거슈윈과 모리스 라벨, 레너드 번스타인의 작품으로 꾸며진 이날 공연은 일단 보는 재미가 색달랐다. 거슈윈의 ‘파리의 아메리카인’에서는 기존 관현악기 외에 색소폰이 당당히 한 구역을 차지했고, 자동차 경적 같은 이색적인 도구도 음악을 만드는 데 가담했다. 이어진 라벨 피아노 협주곡은 우드스톡이 우리 국악의 박처럼 짧고 굵게 채찍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연주된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교향적 무곡’에서는 단원들이 악기만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맘보!”라며 다 함께 소리를 지르고, 손가락을 튕기는 등 신체를 악기로 사용했다.다양한 것은 악기 편성뿐이 아니었다. 이날의 프로그램은 20세기로 진입하며 클래식 음악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보여주는 한 편의 스냅 사진과 같았다. 대중음악과 순수음악을 갈라치기 하는 이분법이 얼마나 의미 없는 선입견인지 확인한 순간이기도 했다. 사회적 하층민이던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음악인 재즈가 정통 클래식 음악의 예술적 재료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대중음악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거슈윈은 클래식 음악가로 인정받으며 라벨과 같은 바다 건너 유럽의 작곡가들에게 심오한 영향을 끼쳤다. 미국 작곡가 번스타인은 자신이 작곡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사용한 음악들로 한 편의 관현악곡을 완성했다. ‘교향적 무곡’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맘보’는 쿠바의 댄스 음악이며, 두 번째 곡 ‘차차’ 또한 룸바와 맘보에서 파생한 남미 서민들

2024.08.15
20세기 음악 역동성 보여준 최수열과 신창용

듣는 재미에 보는 재미까지…한경arte필, 20세기 음악의 역동성 살려냈다

지난 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의 8월 정기 연주회 무대는 다양성 그 자체였다. 거슈윈과 라벨, 번스타인의 작품들로 꾸며진 이날 공연은 일단 보는 재미가 색달랐다. 거슈윈의 '파리의 아메리카인'에서는 기존의 관현악기들 이외에 색소폰들이 당당히 한 구역을 차지했고, 자동차 경적 같은 이색적인 도구도 음악을 만드는 데 가담했다. 이어진 라벨 피아노 협주곡은 우드스톡이 우리 국악의 박처럼 짧고 굵게 채찍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연주된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교향적 무곡'에서는 단원들이 악기만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맘보!”라며 다 함께 소리를 지르고, 손가락을 튕기는 등 신체를 악기로 사용했다.다양한 것은 악기편성뿐이 아니었다. 이날의 프로그램은 20세기로 진입하며 클래식 음악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보여주는 한 편의 스냅 사진과 같았다. 대중음악과 순수음악을 갈라치기 하는 이분법이 얼마나 의미 없는 선입견인지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사회적 하층민이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음악인 재즈가 정통 클래식 음악의 예술적 재료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대중음악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거슈윈은 클래식 음악가로 인정받으며 라벨과 같은 바다 건너 유럽의 작곡가들에게 심오한 영향을 끼쳤다. 미국 작곡가 번스타인은 자신이 작곡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사용했던 음악들로 한 편의 관현악곡을 완성했다. '교향적 무곡'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맘보”는 쿠바의 댄스 음악이며, 두 번째 곡 “차차” 또한 룸바와 맘보에서 파생한 남미 서민들의 댄스 음악이다.사실

2024.08.15
듣는 재미에 보는 재미까지…한경arte필, 20세기 음악의 역동성 살려냈다

재즈부터 뮤지컬까지… 20세기 초 '클래식 격변기'를 듣는다

전세계가 격변에 휩싸였던 20세기 초, 서양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시도와 파격이 이어졌다. 이러한 전후시대 '음악 격변기'를 체감할 수 있는 무대를 서울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오는 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더 클래식 2024' 공연에서다.  지휘자 최수열이 이끄는 이번 공연은 대중에게 '랩소디 인 블루'로 친숙한 조지 거슈윈과 모리스 라벨, 레너드 번스타인 등 20세기 초중반 음악으로 채웠다. 첫 곡은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 뉴욕 브루클린 출신인 거슈윈이 당시 예술의 중심지였던 파리를 방문해 얻은 영감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거슈윈이 즐겨 활용했던 재즈의 요소가 녹아있어 '재즈 교향곡'이라 불리기도 한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곡에는 이방인의 시선에서 본 파리에 대한 분위기와 동경이 담겨있다. 당시 거슈윈은 실제 파리에서 녹음해온 택시 경적 소리를 연주에 사용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지휘를 맡은 최수열은 서울시향 부지휘자를 거쳐 부산시향 예술감독으로 약 6년간 활동했으며 특히 참신한 프로그램 기획력과 현대음악에 대한 깊은 조예로 유명하다. 윤이상 진은숙 김택수 신동훈 등 동시대 작곡가의 작품에 각별한 애정을 표현해왔으며 2019년부터 아트센터인천의 대표 프로그램인 ‘토요스테이지’, 2023년부터 예술의전당 기획의 현대음악시리즈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 등을 이끌고 있다.거슈윈 작품에 이어 연주할 곡은 거슈윈이 동경했던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다. 당시 새로운 예술을 빠르게 흡수했던 파리에는

2024.08.11
재즈부터 뮤지컬까지… 20세기 초 '클래식 격변기'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