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9번 교향곡 초연 이후 작곡가들은 고뇌에 빠졌다. 교향곡이라는 장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이 곡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말러의 세 번째 교향곡은 베토벤 9번 교향곡과 가장 긴밀하게 연결되는 곡이다. 베토벤과 말러의 두 작품은 같은 조성으로 시작하고 끝나며, 합창이 포함돼 있고, 각자의 가장 긴 교향곡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작년 말 베토벤의 9번 교향곡으로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 피날레를 장식했던 홍석원은 1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르떼필의 ‘더클래식 2025’ 공연에선 말러의 3번 교향곡을 선택했다.호른의 합주로 힘차게 시작되는 1악장은 ‘목신 판(Pan)의 기상과 여름의 행진’을 주제로 한다. 행진곡 혹은 대학 축전 서곡 같은 당찬 분위기의 서주인데, 이날 공연은 사뭇 차분하고 투박한 느낌의 음표로 시작을 알렸다. 자칫 일체감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만큼 수더분한 연주는 트롬본과 튜바, 콘트라베이스가 안정적으로 저음부를 연주하며 자리를 잡아갔다.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마치 대화하듯 관악 주자들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그 에너지를 받아 이어진 2악장은 ‘목장의 꽃들이 말하는 것’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오케스트라는 마치 새로 태어난 듯 세련된 음색을 뽐내기 시작했다. 현악기의 피치카토 위로 목관악기들이 유려하게 춤추기 시작했는데, 활력이 넘치면서도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였다.뻐꾸기와 나이팅게일의 소리를 묘사한 3악장은 이 교향곡의 백미 중 하나다. 클라리넷과 피콜로, 오보에가 저공비행을 하는 새들처럼 무대를 누비자, 생명력을 더한 오케스트라는 결속력을 높
2025.02.12베토벤의 9번 교향곡 초연 이후 작곡가들은 고뇌에 빠졌다. 교향곡이라는 장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이 곡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브람스는 “그 거인이 항상 내 뒤에서 행진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도 못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20년에 걸쳐 작곡한 첫 번째 교향곡은 베토벤의 10번째 교향곡이라고 불리기도 했다.말러의 세 번째 교향곡은 브람스의 작품과 함께 베토벤 9번 교향곡과 가장 긴밀하게 연결되는 곡이다. 베토벤과 말러의 두 작품은 같은 조성으로 시작하고 끝나며, 합창이 포함돼 있고, 각자의 가장 긴 교향곡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베토벤의 작품에 대해 보수적이고 고전적인 해석을 했던 브람스와 달리, 말러는 더 거대하고 웅장한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말러의 세 번째 교향곡은 그동안 작곡했던 작품보다 더 풍부하고 기이한 주제를 담았으며, 행진곡과 장송곡, 동물 소리와 종소리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기존의 논리를 무너뜨렸다.지난 연말, 베토벤의 9번 교향곡으로 한경 아르떼 필하모닉과 피날레를 장식했던 홍석원은 새해의 첫 연주로 말러의 3번 교향곡을 선택했다. 우주의 탄생과 인류의 화합을 노래하는 곡에서 존재에 의문을 던지고 사랑의 힘으로 희망을 찾아가는 곡을 연결한 것이다. 혼란의 시대에 음악이 위로될 수 있기를 바라는 진심이 우러난 선곡이다.교향곡 중에서도 대작으로 꼽히는 두 곡을 연이어 연주하기 위해서는 지휘자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체력도 따라야 한다. 한경 아르떼 필하모닉은 지난해 생상스, 리스트, 번스타인, 코른골트 등 쉽게 연주되지 않는 교향악 작품을
2025.02.12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는 국내에서 열리는 주요 전시와 공연을 취재해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 있습니다. 개막 예정이거나 현재 진행 중인 전시·공연에 대해서는 프리뷰와 리뷰를 제공합니다. 이번 주에 열리는 전시·공연 가운데 볼만한 작품들을 아르떼가 엄선해 소개합니다.아르떼 PICK 공연<피아노 파 드 되- Dancing with Pierrot>'피아노 파 드 되'의 앙코르 공연이 2월 9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다. 발레리노 전민철이 40분 정도의 독무와 함께 발레리나와 이인무(파드되)를 펼치는 주역 무용수로 등장한다.▶공연 정보(더보기)<한경arte필하모닉 더클래식2025 시리즈1>한경arte필하모닉의 '더클래식 2025 시리즈1'이 오는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홍석원이 지휘하며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3번을 연주한다.▶[이벤트]한경arte필하모닉 <더클래식2025 시리즈1 : 말러 교향곡 제3번>▶공연 정보(더보기)연극 <꽃의 비밀>연극 '꽃의 비밀'이 오는 2월 8일부터 5월 11일까지 서울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공연한다. 여인 4명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남편들을 대신해 보험금을 타기 위해 각자의 남편으로 변장하는 이야기다.▶[관련 기사] '코미디 천재' 장진 "지금이야말로 코미디가 빛을 발해야"▶공연 정보(더보기)뮤지컬 <시라노>뮤지컬 '시라노'가 2월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17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코가 기형적으로 큰 추남 시라노를 포함한 남녀 3명의 엇갈린 운명과 사랑을 그린다.▶[관련 리뷰] "거인과 맞서리라" … 시라노는 못생겨서 낭만적이다▶공연
2025.02.04“예원학교 은사님이 졸업을 앞둔 어느 날 그러시더라고요. ‘백수련은 입학 때 맨 뒤에 있더니 이제는 앞에 와 있구나’라고요.”은사님의 칭찬은 10대 소녀 백수련에게 커다란 힘이 됐다. 실기 등수대로 자리에 앉아야 했던 그 시절, 백수련은 뒷자리에서 점점 앞으로 나오며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 그는 서울예고와 서울대를 거쳐 프로 연주자가 됐다. 2019년부터 한경arte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합류했고 2022년 ‘악장’이 됐다.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되는 게 바이올린을 시작했을 때부터의 꿈이었다”는 백수련(42·사진)을 지난 20일 만났다.그는 요즘 한경arte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새해 첫 정기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레퍼토리는 말러 교향곡 3번. 말러의 교향곡은 연주하기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 6개 악장이 100분 동안 이어지는 3번은 더욱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무대에 악기를 가지고 오르는 사람만 100명이 넘고, 합창단까지 서는 대규모 편성이에요.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랄까요. 어떤 교향악단이든 이 곡을 연주할 결심을 쉽게 하진 못할 거예요.”제1바이올린 그룹 중 선두에 앉아 연주하는 악장.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의 역할은 무엇일까. “지휘자의 의중을 빠르게 파악하고 해석해 단원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해요. 어떤 지휘자분이 ‘이 부분은 덩어리져서 연주해 볼게요’라고 말하면 제가 현악 파트분들에게 ‘프리 보잉을 써볼게요’라는 식으로 연주자의 언어로 전달하는 거죠.”(웃음)악장은 그만큼 리더십과 순발력을 발휘해야 할 순간이 많다. “오케스트라는 음악적 호흡이 중요해요. 단순히 박자를 맞춘다고 해
2025.01.22"예원학교 은사님이 졸업을 앞둔 어느 날 그러시더라고요. '백수련은 입학 때 맨 뒤에 있더니 이제는 앞에 와 있구나'라고요."은사님의 칭찬은 10대 소녀 백수련에게 커다란 힘이 됐다. 실기 등수대로 자리를 앉아야했던 그 시절, 백수련은 뒷 자리에서 점점 앞으로 나오며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입학 당시 또래보다 실력이 부족했지만 이를 악물고 연습한 끝에 실기 선두그룹에 설 수 있었다.그는 서울예고와 서울대를 거쳐 프로 연주자가 됐다. 2019년부터 한경arte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합류했고 2022년 악장이 됐다.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되는 게 바이올린을 시작했을 때부터의 꿈이었다"고 말하는 백수련(42)을 지난 20일 만났다.평소 유머가 많고 밝은 성격의 백 악장은 바이올린을 켤 때 표정이 변한다. 짧은 소절이었지만 바이올린 소리에 푹 빠진 진지한 모습을 보여줬다. 현재 그는 한경arte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새 해 첫 정기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말러 교향곡 3번. 말러의 교향곡들은 연주하기 까다롭다고 명성이 자자한데, 3번은 더욱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무대에 악기를 가지고 오르는 사람들만 100명이 넘고, 합창단까지 서는 대규모 편성이에요.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랄까요. 어떤 교향악단이든 이 곡을 연주할 결심을 쉽게 하진 못할거에요." 말러 교향곡 3번은 6개의 악장이 100분동안 이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긴 교향곡으로도 알려진 곡. 주로 빠른 악장으로 끝을 맺는 다른 교향곡들과 달리, 이곡은 느린 악장으로 끝난다. 백 악장은 "말러가 선택한 구원의 수단은 사랑이었기에 연주자들은 저마다 이
2025.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