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협주곡 2번’과 ‘교향적 무곡’은 라흐마니노프가 보여준 음악예술의 시작과 끝으로 통한다. 하나는 작곡가 활동을 접은 그에게 재기의 성공을 가져다줬다는 점에서, 다른 하나는 작곡 활동을 거의 중단한 만년에 남긴 대작이란 점에서 그렇다.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라흐마니노프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꼽히는 이 두 곡을 콕 집었다. 지휘봉은 작년 9월 베토벤 ‘운명’ 교향곡으로 손발을 맞춘 홍석원 광주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에게 맡겼다. 첫 곡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함께 어루만질 피아니스트로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로 큰 화제를 모은 손민수가 나섰다.‘피아노 협주곡 2번’은 수준 높은 피아노 테크닉과 감성적인 선율로 승부하는 곡이다. 1악장에서 침묵하는 관현악을 뒤로한 채 종소리 같은 피아노 연주로 시작한다는 사실부터 어떤 서사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한다. 손민수가 이 곡에 접근하는 시각이 그랬다. 손민수의 연주는 라흐마니노프를 한 방향으로만 들었던 그동안의 습관을 반성하게 했고, 외면받은 라흐마니노프의 또 다른 모습을 찾게 해줬다.1악장에서는 한 음, 한 음 선명하게 울리는 터치와 ‘레가토’(둘 이상의 음을 이어서 부드럽게 연주하는 것)가 적절히 구분돼 조화를 이뤘다. 팝송으로 만들어질 정도로 일반 대중에게도 친숙한 2악장은 담담하면서도 내재된 에너지를 잘 이끌어냈다. 3악장에선 관현악이 제 목소리를 냈지만, 피아노가 이를 도도하게 받아들이며 오히려 존재감을 키웠다.후반부에 연주한 ‘교향적 무곡’은 음향의 밀도와 무게감이 남다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31)이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 처음 만난 건 2016년 9월이었다. 당시 한경필하모닉 창단 1주년 기념 콘서트의 협연자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섰다. 그해 5월 제9회 레오폴드 모차르트 국제바이올린콩쿠르에서 1위와 청중상을 거머쥔 실력자답게 송지원은 풍부한 표정과 우아한 동작으로 멘델스존 협주곡의 포근한 선율을 들려줬다.그로부터 7년이 흐른 지금, 기대주에서 정상급 솔리스트로 성장한 송지원이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 다시 합을 맞춘다. 오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경아르떼 더 클래식’ 시리즈 첫 공연에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지난 13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를 찾은 송지원은 7년 전 연주회 얘기부터 꺼냈다. “할머니께서 그날 공연의 한국경제신문 리뷰 기사를 스크랩해 코팅해 주셔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놨었어요.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그 기사를 볼 때마다 마에스트로 금난새 선생님과 함께한 당시 연주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납니다. 7년 만에 다시 만나는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의 협연에서 그동안 발전한 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렙니다.”이번 공연에서 연주할 시벨리우스 협주곡은 그에게 첫사랑 같은 작품이다.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세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잡은 송지원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다니다가 10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뉴잉글랜드 예비학교와 커티스음악원 등에서 공부했다. “어릴 때부터 여러 협주곡을 배웠지만 특별한 감정을 느낀 것은 열세 살 때 미국에서 연주한 시벨리우스 작품이 처음이었어요. 연습할 때는 손
한국의 대표적 민간 오케스트라로 자리잡은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이 올해 ‘한경아르떼 더 클래식 2023’ 시리즈 공연을 선보인다. 국내 클래식 음악계를 이끄는 중견·신진 지휘자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연주자들을 만나볼 수 있는 무대다.시리즈 첫 공연은 이달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지휘자 김광현과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이 포문을 연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으로 시작해 송지원의 협연으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 중인 송지원은 2012년 칼 닐슨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해 주목받았고, 2017년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등에서 우승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지난해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차세대 스타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인연이 깊은 두 연주자도 함께한다. 오는 3월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두 번째 공연은 광주시향을 지휘하며 임윤찬과 도이치그라모폰에서 앨범을 낸 홍석원이 지휘봉을 잡는다. 협연자로 서는 임윤찬의 스승 피아니스트 손민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같은 달 22일에는 많은 팬을 거느린 첼리스트 이정란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올라 슈만의 첼로 협주곡을 공연한다. 지휘는 지난해까지 과천시향 상임지휘자를 지낸 서진이 맡는다. 4월 2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소프라노 서예리는 모차르트의 ‘환호하라 기뻐하라’를 부른다. 이 공연 2부에선 고음악 전문 권민석의 지휘로 하이든의 교향곡 104번 ‘런던’이 연주된다.이어 5월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는 1999~2001년 부천필하모닉을 이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