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그리고 삶과 죽음의 그 경계까지 생생하게 표현된 공연이었다.영화 한 편 길이에 달하는 이 초대형 교향곡이 모두 끝나고, 곳곳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80분 동안 인생의 모든 순간을 경험했기 때문에 객석의 열렬한 반응은 당연한 일이었다. 임헌정과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은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을 통해 관객들에게 감상을 넘어, 체험의 순간을 제공했다.첼로와 베이스의 트레몰로로 불길한 분위기를 예고하면서 1악장이 시작됐다. 이내 죽음을 직접적으로 암시하는 모티브들이 선명하게 들리며 교향곡은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만큼 순간순간의 표현이 명확했다.임헌정 지휘자의 노련한 연출이 눈에 띄었다. 임 지휘자는 부천필하모닉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며 ‘말러 붐’을 일으킨 지휘자다. 말러의 언어는 임 지휘자에게 아주 자연스럽고 익숙한 것이었다.작품 내내 여러 감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려는 연출도 자연스러운 건 당연했다. 잉글리시 호른이 전원풍의 노래를 연주할 때나, 아니면 첼로와 베이스가 순간적으로 오프닝의 비극적인 분위기를 암시할 때조차 그 흐름이 자연스러웠다.2악장의 춤곡에서도 독특한 렌틀러 리듬보다도, 섬세하게 작품의 다이내믹을 조절하며 자연스럽게 작품의 분위기를 바꾸는 지휘자의 연출이 먼저 보였다. 말러는 2악장을 ‘영웅의 일생을 한순간 비추었던 햇빛’이라고 표현했는데, 눈앞에서 연주되는 음악은 그 문구를 떠올리게 했다. 춤곡을 기초로 하며 어두운 분위기와 밝은 분위기를 전환시키며 관객들을 몰입하게 했다.또 3악장에선 작품의 주제가 가진 리듬을 강조해 역동적인 에너
20여 년 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고 국내 최초로 말러 교향곡 전곡을 무대에 올리며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말러 신드롬’을 일으킨 마에스트로가 있다. 4년(1999~2003년)에 걸친 집요한 도전, 음악에 대한 깊은 통찰, 단원들을 하나로 묶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말러는 어렵다’는 인식을 바꿔 놓은 지휘자. 임헌정(70)이다.그에게는 ‘뚝심 있는 거장’이란 수식어가 으레 따라붙는다. 1988년 정단원 다섯 명이던 ‘동네 악단’ 부천필을 맡아 25년 뒤 한국 최고 교향악단의 하나로 키워내서다. 베토벤 교향곡, 브람스 교향곡,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연주 등 한 작곡가의 작품 세계를 파고드는 시리즈로 수많은 명연주를 남겼다.그런 그가 자기 대표 레퍼토리인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들고 청중과 만난다.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경아르떼 더클래식 2023’ 다섯 번째 공연에서 한경아르떼필하모닉 및 협연자(소프라노 황수미·메조소프라노 이아경)들과 호흡을 맞춘다. 그가 한경아르떼필의 지휘봉을 잡는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지난 11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만난 임 지휘자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기자가 인사를 건네자, 그제야 악보에서 눈을 뗐다.“이번 공연에 제 나름의 목표를 세웠어요. ‘새로운 말러의 세계를 펼쳐내겠다’는 거죠. 나이가 들면서 작품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리 모티브 하나, 리듬 처리 하나, 음색 표현 하나까지, 예전엔 몰랐던 게 보여요. ‘최고의 것은 음표 안에 없다’고 말러가 왜 말했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교향곡 2번은
20여 년 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고 국내 최초로 말러 교향곡 전곡을 무대에 올리며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말러 신드롬’을 일으킨 마에스트로가 있다. 4년(1999~2003년)에 걸친 집요한 도전, 음악에 대한 깊은 통찰과 강력한 리더십, 쉽사리 꺾이지 않는 끈기로 '말러는 어렵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놓은 지휘자 임헌정(70·사진)이다.그에게는 ‘뚝심 있는 거장’이란 수식어가 으레 따라붙는다. 1988년 정단원 다섯 명이었던 부천필을 맡아 25년을 이끌면서 한국 최고 교향악단 중 하나로 키워내서다. 베토벤 교향곡, 슈만·브람스 교향곡,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연주 등 한 작곡가의 작품 세계를 파고드는 고집으로 수많은 명연을 남겼다.그런 그가 자신의 대표 레퍼토리인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들고 청중과 만난다. 5월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경아르떼 더클래식 2023’ 다섯 번째 공연에서 한경아르떼필하모닉(소프라노 황수미·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협연)과 호흡을 맞춘다. 그가 한경아르떼필의 지휘봉을 잡는 건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지난 11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만난 임헌정은 한결같았다. 기자가 인사를 건네자, 그제야 악보에서 눈을 뗐다.“이번 공연에 제 나름의 목표를 세웠어요. '새로운 말러의 세계를 펼쳐내겠다'는 거죠. 나이가 들다 보니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리 모티브 하나, 리듬 처리 하나, 음색 표현 하나까지, 예전엔 몰랐던 게 보여요. 말러가 왜 ‘최고의 것은 음표 안에 없다’고 말했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말러 교향곡 2